[앵커]
프랑스는 먹는 걸 중요시하는 미식의 나라로 꼽히죠.
하지만 이런 파리지앵들도 고물가 앞에선 어쩔 수 없나봅니다.
유명 레스토랑 거리와 대형마트는 한산하고, 재고처리 매장만 붐비고 있습니다.
세계를 가다, 파리 조은아 특파원이 보여드립니다.
[기자]
프랑스 파리 대표 번화가 몽파르나스 기차역 인근의 대형마트.
대낮인데도 식료품 코너가 한산합니다.
찾는 사람이 없어 계산대도 8곳 중 3곳만 운영 중입니다.
[클리오 두앙젤리스 / 파리 시민]
"(비싸서) 거의 안 가요. 대신에 (값 싼) 시장에 가서 장을 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리의 유명 레스토랑 거리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고, 식당 내부도 한산합니다.
식재료 구입 뿐 아니라 외식도 줄이고 있는 겁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즐겨 찾는 고급 레스토랑 거리입니다.
지금 점심시간이 한창인데도 보시는 것처럼 한산합니다.
올해 6월 기준 프랑스 일반 가정의 전체 식비는 정점을 찍었던 약 2년 전보다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사상 최대 폭으로 줄어든 겁니다.
세계 식당 가이드북인 '미슐랭가이드'를 만들 정도로 미식의 나라인 프랑스가 '식비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고물가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최근 1년간 매달 5~6%대를 유지했습니다.
4인 가족이 먹을 파스타 재료를 사봤는데요.
우리나라 돈으로 5만 원 이상 들었습니다.
반면 일반 마트에서 팔고 남은 재고를 싸게 파는 '재고 처리 매장'에는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최근에는 최대 80%까지 싸게 파는 재고 매장이 이례적으로 파리 한복판에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엘로디 포미에르 / 학생]
"(재고처리 마트는) 가격이 정말 싸고 선택할 품목도 적지 않아서 장보기가 편리해요."
안 팔린 식재료나 음식을 값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이를 알리는 유튜브 방송도 인기입니다.
음식의 품질을 꼼꼼하게 따지는 파리지앵들도 고물가 앞에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프티트 폴린 / 재고 매장 안내 유튜버]
"(재고로 남은) 햄치즈 샌드위치 하나, 닭고기 샌드위치 하나 샀어요."
식비 뿐 아니라 여름철 바캉스 비용도 감축 대상입니다.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도심의 인공해변에서 휴가를 즐기는 파리지앵들이 넘쳐납니다.
[토마 리비에르 / 파리 시민]
"휴가 때 프랑스에 머물렀어요. 친구 집에 놀러 가 숙박비를 아끼기도 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인플레이션 시대. 눈물을 머금고 우아함을 버린 파리지앵들은 오늘도 갖가지 절약 묘안을 짜내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채널A 뉴스 조은아입니다.
영상취재 : 이수연(VJ)
영상편집 : 방성재